본문 바로가기
블로그/장애인·보건복지

발달장애인의 투표 참여에 대해

by 꿀팁 정보 이슈 모음 2020. 4. 14.

발달장애인의 투표 참여에 대해

201912,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만 18세를 넘은 고등학교 3학년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상 최초로 고등학생도 투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 투표 행사에 대한 사전 교육이 더욱 절실해졌고,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선거교육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바로가기

위와 같이 젊은 유권자에게 선거를 설명하기 위한 영상과 자료가 제공되는 걸 보면서, 발달장애인이 선거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새삼 의문이 생겼다. 발달장애인도 나이를 먹기 때문에 만 1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정권을 가진다. 하지만 선거에는 투표 참여 방법과 절차, 유효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규칙 등 발달장애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발달장애인이 투표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개선사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공직선거법 제 1576항에 따르면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혼자 수행하기 어려움이 있으므로 부모나 가족, 활동보조인, 사회복지사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가 함께 투표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2016년부터 5년간 유지되고 있는 투표보조 지침에서 발달장애인이 제외되어 2020년 4.15 선거에서 참정권을 행사하기가 힘들어지게 되었다. 투표보조인으로 나서는 가족의 대리투표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204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이 더 수월하게 투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1층 투표소 또는 승강기가 있는 투표소 지정, 휠체어 차량 및 활동지원사 지원, 밴드, 마우스형 기표용구 비치, 수어통역 사무원 배치, 점자안내, 수어안내 영상 및 애니메이션 제작 및 배포를 지원하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장애인이 투표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이 실제 투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첫째는 본인의 의사만 반영한 비밀투표가 사실상 어렵다. 이번 2020년 4.15 국회의원 선거 전에는 가족이 아닌 사람이 동행할 경우 공정성을 위해 투표소 사무원이 함께 있어야 했고, 가족이 동행하여 투표할 경우 투표소 사무원이 보조하지 않아도 됬었다. 그러나 이는 동행한 가족에 의한 대리 투표를 야기했. 동행한 부모나 형제, 자매가 시키는 대로 찍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누군가 보는 가운데 도장을 찍는다는 점만 봐도 비밀투표는 이미 물 넘어간 상태다.

둘째는 발달장애인이 유효한 투표권을 행사했다 해도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표를 줬는지 불확실하다. 발달장애인에게는 투표 방법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구의원, 교육감 등 각종 용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인 판단과정 없이 아무에게나 표를 행사하여 유효표가 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참정권의 참 의미를 놓친 셈이 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을 찾아보았다.

첫째, 선거를 하기 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투표 하기 전에 투표할 때 필요한 준비사항과 투표 방법뿐 아니라 후보에 대한 정보와 소속 정당, 공약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발달장애인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들이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제공되어야 한다. 선거 관련 정보는 단순히 쉬운 용어와 그림으로 완전히 대체될 수 없기 때문에 이해시킬 방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며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는 모의 선거실습 교육의 활성화이다.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등 투표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하나의 이벤트로서 인식되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최소 한두 달 전부터 모의 선거실습 교육을 실시하여 선거 흐름을 충분히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셋째는 선거 용어의 일상화이다. 발달장애인은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단어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있다. 가령, 엘리베이터를 매일 이용하여 집을 드나든다면, 엘리베이터란 단어는 그에게 생소하지 않다. 이와 같이 평소에 발달장애인이 생활 속에서 용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선거와 관련된 단어를 자꾸 새겨준다면 투표를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는 공적 조력인의 배치다. (제안 : 한국피플퍼스트)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처럼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보다 투표할 때만큼은 사견 없이 도와줄 수 있는 공적 조력인을 배치한다면 발달장애인이 투표할 때에 개인 의사가 더욱 반영될 수 있다. 공적 조력인은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 있지만 한 사람이 전담할 경우 비밀은 한 사람만 알게 된다. 미리 공적 조력인에게 비밀누설 방지 서약서를 받아놓는다면 누설되는 일 또한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선거 참여 방법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간략하게 써 봤다. 참정권뿐만 아니라 장애로 인해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가 더 이상 침해되지 않기를 바래본다.